이기호(35) 에이치닥테크놀로지 상무이사는 웹/앱 서비스 스타트업에 몸담은 지 올해로 8년째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블록체인전공 겸임교수, DeSpread 어드바이저, EOS Alliance 매니저, Chainlink 애드보킷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전엔 에듀테크 스타트업 투데잇의 운영이사를 역임했다.
인터뷰어: 장채린
◇ 첫 커리어에서 첫 창업까지
– 전부터 스타트업 분야를 꿈꿨나.
영어 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꿈’이라기보다는 ‘진로’에 가까웠다. 인천 토박이인 데다 지역 가산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천의 한 사범대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조부모님 등 주위에서도 격려해주시곤 했다.

그러다 한 달 정도 교육실습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교사는 그때 당시 지금 보다 더 ‘안정적인 직업’이자 ‘선망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내가 교사로서 평생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라. 오히려 지식 자체를 전달하는 것보다 ‘학습 방법’을 알리는 것을 통해 개인의 삶의 본질을 바꾸고 싶었다.
– 고민 끝에 선택한 일은.
‘한국인사관리협회’에서 교육 기획 담당자로 첫 경력을 쌓았다( ‘한국인사관리협회’는 국내 기업의 인적 자원 개발과 육성을 지원한다). ‘기업교육’ 분야에서 종사한다면 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거의 1천 명 가까운 인사담당자를 만나본 것 같다. 보통 기업 인사팀은 석사급으로 구성되는데, 첫 커리어부터 운이 좋았다.
– 창업을 시작한 계기는.
보통 대기업 과장급 이상, CHO(최고인사책임자)와 직접 교육 과정을 기획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의 생리를 세세히 알게 되었고, 직장인으로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가 눈에 보였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정해진 연봉 구간에서 협상한다거나, 정해진 연차가 다 차지 않으면 진급이 어려운 한계가 보이더라.



대학생 때 필리핀 현지 어학원에서 매니저로 일한 적이 있다. 그때 함께 일했던 친구와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로 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한 ‘유학원 사업’이었다. ‘영어교육 전공’과 ‘기업교육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지만, 문제는 ‘자본금’이었다. 둘이 모은 2천만 원으로는 웹사이트 외주 제작 비용조차 지불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직접 HTML과 CSS를 배워 웹사이트를 제작했다. 게다가 광고를 하자니, 네이버 키워드 광고는 우리에겐 턱없이 비쌌다. 홍보 효율도 감을 잡기 어려워 페이스북으로 마케팅을 했다. 보통 고객 유치 비용으로 10만 원 정도를 설정하는데, 우리는 1만 원 미만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 성과는 어땠나.
나쁘지 않았다. 상담 신청이 갈수록 몰려 멤버 확충이 필수였다. 다만 이 사업도 스케일업(Scale up :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중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고성장 벤처기업이란 의미로 통용)의 한계가 명확했다. 그래서 파트너 유학원 몇 곳에 투자 의향이 있을지 물었다. 우리가 광고를 집행하여 상담 신청서를 넘겨줄 테니, 선금으로 투자해달라는 논리였다. 그러다가 한 곳으로부터 아예 인수를 제의받아 팔게 되었다. 매각이라고까지 이야기할 큰 금액의 회수는 아니다. 하지만, 첫 사업이 실패로 끝나지 않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 두 번째 창업 ‘투데잇’
– 이사로 근무한 투데잇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나.
‘오늘 할 일을 오늘 하자’는 ‘투데이 두 잇’에서 이름을 정했다. 예를 들어 ‘6개월 안에 책 한 권을 독파해야 한다’고 치자. 투데잇 어플은 자체 알고리즘으로 오늘 읽어야 할 쪽수를 계산해 알려준다. 또 앱이 구동되는 동안엔 스마트폰의 다른 기능을 차단해 학습 방해를 막는다. 인스타그램에 ‘공부 인증샷’, ‘기상 인증샷’ 등을 올리는 것과 비슷한 뉴스피드 기능도 있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서 서로 학습 시간과 진도를 비교하고 ‘공부 시작 알림’까지 보낼 수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이들이 학원이나 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누군가와 함께 공부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했다. 앱 내의 공부 데이터를 모아서 학습 상황과 진도를 그래프로 점검할 수도 있다.
– 앱 기반 교육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시기적으로는, 모바일 기반 어플 시장에 벤처캐피탈 자금도 몰리고 있었다. 모바일 보급률 또한 빠르게 늘고 있어 앱스토어에 올리면 어떻게든 다운로드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모바일로 공부 습관을 관리한다’는 아이디어는 당시만 해도 획기적이었다. 스마트폰은 모든 수험생의 적이라고 여겨져 수험기간에 아예 2G 폰으로 바꿔버리는 학생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수험생들이 입소문을 내는 어플이었다. 단 두 명이 있었던 팀이지만 합류해서 크게 키워볼 자신이 있었다.
◇투자자의 마인드셋으로 스타트업을 골라보자
– 요즘 하는 일은.
대략 여섯 개 정도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웃음). 어젯밤까진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화폐’를 주제로 건국대 강의 교안을 짰다. 이제 ‘어떤 기업에 다닌다’는 말보다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이다’라고 말로 자신을 소개하는 세상이 왔다고 본다.
– 강연과 칼럼을 활발하게 기고하는데.
지금까지 업계 선배들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 블록체인과 스타트업 생태계에 나도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 아직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블록체인과 기업가 정신을 설파하려 한다. 대학교에 강연 다니고, 노더 등에 칼럼을 기고하는 이유다.
– 마지막으로 스타트업 꿈나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는 혁신주도형경제로 분류된 국가다. 그런데, 혁신 주도형 기회형 창업(Opportunity-driven)보다 ‘은퇴 후 외식 프랜차이즈’로 대표되는 생계형 창업(Necessity-driven)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혁신은 변방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선 ‘혁신이 곧 대세’가 된다.
제2의 벤처 붐이라고도 불리는 지금, 많은 학생들이 ‘대기업 입사’와 ‘스타트업 취업’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 스타트업 취업도 꽤 괜찮은 선택지라고 믿는다. 대기업에 비해 (조금 더 기민하게 대처하여 혁신을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에서도 또 다른 배울 점들이 더러 있다.
– 스타트업, 힘들지 않나.
물론 창업자로 직접 뛰어드는 것은 힘들다. 에듀테크 스타트업할 때에는 인재 채용에, 유학원 사업할 때에는 광고비에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할애하고자 했다. 때문에, 급여를 50만 원, 많으면 100만 원만 가져가기도 했다.



그래도 스타트업은 노력하는 만큼 올라갈 수 있는 곳이다. 투자자의 마인드셋으로 스타트업을 골라보자. 관심 있는 스타트업의 비전이 궁금하다면, 유튜브에 ‘데모데이’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보자. 해당 스타트업의 비전 설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